허리띠 졸라맨 현대오일뱅크…과감한 투자로 위기 정면 돌파
허리띠 졸라맨 현대오일뱅크…과감한 투자로 위기 정면 돌파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6.0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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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추진한 주유소 인수로 코로나19 여파 속 돌파구 마련
산업계 화두 소재 국산화 2012년 개발 시작 '탈황촉매' 가시화
지난 1일 SK네트웍스로부터 인수하는 주유소 중 하나인 서울 강남구 오천주유소를 찾아 영업 개시를 기념하는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앞줄 왼쪽)과 한환규 현대오일뱅크 부사장(앞줄 오른쪽), 임직원들. (사진=현대오일뱅크)
지난 1일 SK네트웍스로부터 인수하는 주유소 중 하나인 서울 강남구 오천주유소를 찾아 영업 개시를 기념하는 강달호 현대오일뱅크 사장(앞줄 왼쪽)과 한환규 현대오일뱅크 부사장(앞줄 오른쪽), 임직원들. (사진=현대오일뱅크)

6월 현재 주유소업계 2위로 도약한 현대오일뱅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유가 급락 등의 위기에서도 과감한 투자로 눈길을 끌고 있다. 선제적인 투자로 위기를 헤쳐 나가겠다는 경영전략으로 풀이된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이달부터 SK네트웍스 주유소 300여개의 운영권을 인수해 간판을 바꿔 달고 영업을 시작하면서 내수 시장에서 하루 2만배럴의 고정 공급 채널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현대오일뱅크는 SK 다음으로 많은 전국 2500여개의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GS칼텍스를 제치고 주유소업계 2위로 도약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1999년 한화에너지플라자 주유소 1100여개 운영권을 인수해 업계 3위로 올라선 지 20년 만에 다시 순위를 뒤바꿨다.

현대오일뱅크는 이번 주유소 인수로 안정적인 공급 채널을 확보해 코로나19 등 현재 위기를 빠르게 벗어날 동력을 갖게 됐다. 휘발유, 경유, 등유 등 경질유의 내수 시장은 글로벌 경기 등에 크게 영향받는 수출 시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요 변동 폭이 작다.

정유업계는 현재 지난 4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국제유가 급락과 함께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도 11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 내내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위기 속에서 탄탄한 수요 기반을 마련하면서 확실한 성장 동력을 갖추게 됐다. 특히, 이달 인수한 주유소 운영은 코로나19 위기가 시작하기 전 지난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투자의 결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소재의 국산화가 산업계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일본, 유럽 등에서 전량 수입해오던 ‘경유 탈황촉매’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해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는 미래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개발에 돌입한 결과다.

촉매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들여온 원유에 섞인 황이나 금속 성분을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특히, 수소와 결합해 황을 황화수소가스로 변하게 하는 탈황촉매는 경유 중질유 등의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소재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현재도 선제적 투자로 미래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IMO 2020’에 발맞춰 지난해 세계 첫 친환경 선박 연료를 출시했다. 올해 시행된 ‘IMO 2020’은 선박 연료유 황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규제다.

현대오일뱅크는 온실가스 등 원유 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탄산칼슘을 제조하는 친환경 기술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탄산칼슘은 시멘트 등 건축자재와 종이, 플라스틱, 유리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기초 소재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안에 테스트와 공정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하반기까지 300억원을 투자해 기존 대산 공장 내 연산 60만톤(t) 규모의 탄산칼슘 생산공정을 완공할 계획이다.

한편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국내 정유업체 중 가장 선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 563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이는 SK이노베이션 1조7752억원, 에쓰오일 1조73억원, GS칼텍스 1조318억원 등 타사의 영업손실과 비교해 선방한 성적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말부터 수요 감소에 대응해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예년보다 정기보수 일정도 앞당겨 원유와 제품 재고를 줄이기에 나섰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주유소 사업 계획과 관련해 “주유소 시장 2위 도약을 계기로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