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등유 가격 약 44% 급증
바우처 지원금 작년과 동일
"소득 절반 이상 난방비로"

"날씨는 추워지는데 난방비는 비싸 걱정이 태산이에요"

제주지역 등유 가격이 급증하면서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에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저기온 5도를 기록한 5일 서귀포시 대정읍 주민 A씨(89)는 추운 날씨에도 집 안에서 보일러를 틀지 못하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창문에 '뽁뽁이'로 불리는 에어캡이 붙어 있었지만 찬바람을 전부 막지 못해 방안은 냉기로 가득했다.

A씨(89)는 "한 달 소득이 부부가 합쳐 60만원도 안 되는데 등유 한 드럼 가격이 30만원을 넘으면서 난방비로 절반 이상이 나간다"고 토로했다.

애월읍 주민 B씨(73)도 "오래된 주택은 난방 효율도 안 좋아서 겨울 내내 보일러를 틀면 한 달에 한 드럼은 사용한다"며 "바우처 지원을 받지만 한 달 난방비에도 못 미쳐 추워도 아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국이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시름을 앓고 있지만 LNG 도시가스 보급률이 11.7%에 불과한 제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현재 제주지역 실내등유 가격은 ℓ당 1590.17원으로 지난해 대비 약 44% 증가했다. 한 가정이 200ℓ 한 드럼으로 한 달 정도 사용한다면 난방비가 약 32만원 정도 드는 셈이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국비를 지원하는 등유바우처 사업도 존재하지만 급등한 기름값을 반영하지 않은 채 지난해와 동일한 31만원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최근 SK렌터카가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해 기탁하기로 한 8억7000만원을 도내 사회복지시설 146곳과 에너지바우처를 지원받지 못한 6000여가구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을 통한 취약계층 냉·난방비 지원 사업을 정례화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기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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