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포집·배출권 조달 방식 통해 온실가스 배출 상쇄

탄소중립 화이트바이오도 진출, 디젤 넘어 항공유 생산도 추진

내연기관 청정성 강화 ‘e-퓨얼’ 정부 주도로 상용화 방안 모색중

탄소 중립 실현 위해 천문학적 비용·시설 투자·기술개발 비용 감수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정유사(精油社)’는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 유통시키는 것이 본업이다.

그런데 원유는 탄화수소 결정체이니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밖에 없다.

원유에서 유래된 석유제품도 마찬가지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은 7억2760만톤CO2eq인데 이중 수송 분야에서 9960만톤이 배출됐다.

특히 도로 분야에서 배출량의 95.6%가 발생했고 철도 1.8%, 항공 부문이 1.6%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서 운행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차, 수소차로의 전환이 명분을 얻고 있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각종 재정 지원을 투입하며 친환경차 보급 확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석유를 생산하던 정유사들도 수송에너지 전환 흐름에 맞춰 전기, 수소 생산이나 유통 사업에 속속 진출하며 에너지 사업 다각화를 모색중이다,

하지만 그 한편에서는 정유사 정체성을 대표하는 원유, 석유제품의 탈 탄소화나 탄소 중립으로 평가받는 바이오에너지 생산, 개발 등 다양한 시도가 진행중이다.

◇ 탄소 배출권 조달 등 통해 원유, 석유도 탄소 중립

원유나 석유제품은 탄화수소 결정체로 태생적으로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원유나 석유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활용하거나 온실가스 발생량 만큼 나무 심기, 배출권 확보 등을 통해 상쇄하면 탄소중립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최근 SK에너지는 국내 최초로 탄소중립(Carbon Neutral) 석유제품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올해 하반기부터 탄소 중립 해상유, 항공유를 고객에게 판매하기로 한 것.

계열 주유소에서도 탄소 중립 휘발유 제품을 판매한다.

이에 대해 SK에너지는 ‘원유 채굴에서 연소까지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하고 온실가스 흡수·감축 프로그램으로 발행된 탄소배출권으로 상쇄해 탄소중립 석유제품을 인정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SK에너지의 탄소중립 석유제품 개요

실제로 SK에너지는 글로벌 금융 기관인 맥쿼리를 통해 조림, 산림 황폐화 방지 프로젝트 등에서 발행된 탄소 배출권 조달 계약을 맺고 탄소중립을 실현중이다.

GS칼텍스는 국내 처음으로 탄소 중립(Carbon Neutral) 원유를 도입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GS칼텍스는 ‘탄소제로(CarbonZero)’를 인증받은 스웨덴 룬딘(Lundin Energy)사의 원유 200만 배럴을 9월 도입했다.

이 회사가 노르웨이 요한 스베드럽(Johan Sverdrup) 해상유전에서 생산하는 원유는 일반 유전 대비 40배 낮은 0.45kg의 CO₂e/boe의 탄소 배출에 그친다.

이에 더해 나무 심기 등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상쇄하며 세계 최초로 탄소배출 총량 ‘0’을 인정받았다.

◇ 화이트 바이오, 탄소중립 인정받아

‘화이트 바이오(White Bio)’ 사업도 정유사들의 탄소 중립 실현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화이트 바이오는 식물이나 폐자원, 미생물 등에서 생산된 연료로 국내에서는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가 상용화되어 있다.

화이트 바이오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패널) 등에서 탄소중립 연료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수송용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3.5% 혼합하도록 법제화했고 오는 2030년까지 5%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GS칼텍스는 계열사를 통해 직접 바이오디젤을 생산해 자사 경유에 혼합하고 있다.

GS칼텍스에 따르면 2016년 이후 2020년까지 5년 동안 64만5,000kl 규모의 바이오디젤을 자체 생산하면서 석유를 대체해 약 171만tCO₂eq의 이산화탄소를 절감한 것으로 분석됐다.

GS칼텍스는 비식용 바이오매스로 휘발유를 생산하는 바이오부탄올 실증 사업도 벌이고 있다.

SK에너지도 바이오 신재생 에너지 사업 추진을 선언했고 현대오일뱅크는 바이오항공유 생산에 나선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6월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협약을 맺고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 바이오항공유 생산 공장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 강달호 사장과 대한항공 우기홍 사장이 지난 6월 바이오 항공유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바이오항공유의 생산 원료는 동식물성 유지나 해조류 같은 바이오매스로 충당해 원료 수급부터 생산, 소비 등 전 단계의 탄소 배출량을 기존 항공유 대비 80%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인데 실현될 경우 국내 최초의 바이오항공유 시대가 개막된다.

에쓰-오일은 지구 온난화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부생가스를 재활용하며 온실가스 저감을 실현중이다.

울산공장의 수소 제조 공정에서 다량의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부생가스가 발생하는데 이를 산업용 가스 제조업체인 동광화학에 제공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동광화학 사이에 연결된 파이프라인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포함된 부생가스가 공급되고 있다. 사진은 회사 관계자들이 배관 설비를 점검하는 모습이다.

이를 위해 에쓰-오일은 울산공장에 인접한 동광화학과 파이프라인을 연결해 이산화탄소가 함유된 부생가스를 공급하고 동광화학은 탄소포집(Carbon Capture & Utilization) 기술로 부생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정제해 산업‧식품용 액화탄산이나 드라이아이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에쓰-오일은 연간 10만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산업부 ‘e-퓨얼 가장 효율적 탄소 중립 수단으로 발굴’

정유사들은 자동차 제작사와 협력해 ‘e-퓨얼(electro fuel)’ 기술개발도 모색중이다.

e-퓨얼은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수전해 과정에서 발생한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촉매 반응시켜 생산한 합성 탄화 수소연료로 기존 내연기관차에 사용할 수 있는 청정 연료로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퓨얼 개요

자동차는 물론이고 항공이나 선박 등 모든 수송 수단에 적용 가능한 탄소 중립 연료로 주목받으면서 우리 정부는 지난 4월 ‘ e-퓨얼 연구회’를 발족하고 상용화 방안을 모색중이다.

최근 열린 3차 회의에서는 e-퓨얼을 내연기관에 적용할 경우의 연료 품질과 배출가스 현황에 대한 분석과 더불어 현대자동차에서 e-퓨얼 효용성과 관련한 주제도 발표할 만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영준 당시 에너지자원실장은 ‘e-퓨얼에 대해 다양한 시각에서 면밀한 검토를 거쳐 탄소중립을 가장 효율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수단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한편 정유사들이 정제와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정유사들은 탄소 중립 원유를 도입하고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며 e-퓨얼에 개발에도 뛰어 들고 있는데 그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일단 탄소 저감이나 중립 실현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SK이노베이션은 ‘넷 제로 리포트(Net Zero Report)’에서 골드만삭스 등의 기관들이 예측한 탄소배출권 가격을 기초로 IPCC의 온실가스 1.5도 시나리오를 달성하려면 SK이노베이션 계열사들은 최대 6조원 규모의 재무적 리스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만큼의 탄소중립 비용이 발생된다는 뜻인데 이중 정제, 석유 유통을 담당하는 SK에너지의 부담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

바이오디젤 등 탄소중립 화이트 바이오 생산 비용도 석유제품 보다 높아 비용 상승 요인이 발생된다.

e-퓨얼 제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가 사용되고 합성연료로 변환하는 추가 과정을 거치면서 제조 원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생산 설비를 갖추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된다.

이에 대해 대한석유협회 조준상 실장은 "차세대 바이오연료, e-fuel 등은 고밀도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대형상용차, 항공, 선박 등의 탄소중립을 위해 필요한 감축수단으로 IEA에서도 2050년 최종에너지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특히 e-fuel은 재생에너지, 수소, CCUS 기술의 융복합이 필요하기 때문에 독일, 일본 등 주요국과 같이 R&D 등에 있어 국가 차원의 정책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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