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지키려 수명 늘린 동해가스전..석유·가스公 8개월째 공급가 갈등

김형욱 2020. 2.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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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기간 2년 연장되며 장기매매계약 종료
3000억원대 추산 2년치 공급가격 산정 못해
국내생산 지원 우대 등 정책 지원방안 검토해야"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대륙붕 탐사 모습. 석유공사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036460)가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동해가스전의 2년치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두고 8개월 넘게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석유공사는 가스공사가 매입 가격을 지나치게 낮추려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반면 가스공사는 동해가스전이 생산하는 가스량이 적어 상업성이 떨어지는 만큼 매입 가격 인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해가스전의 지난해 12월 기준 하루 평균 생산량은 천연가스가 2900만세제곱피트(ft³), 컨덴세이트(초경질원유)가 463배럴이다. 업계에서는 공급가 기준 연간 1500억원대로 추산한다.

◇8개월째 가격 확정 못 한 채로 천연가스 공급

16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소유한 동해가스전에서 생산하는 천연가스를 놓고 가스공사와의 공급계약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양사의 공급계약은 당초 생산종료 시점으로 예상했던 2019년 6월에 끝났다. 당초 예상보다 생산기간이 2년 연장돼 추가 계약을 채결해야 했지만 공급 가격을 두고 두 공기업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에 8개월째 협상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양사는 가스 생산을 중단할 수는 없는 만큼 임시 공급 합의서를 맺고 생산· 공급을 이어오고 있지만 제품가격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스공급이 장기화하면서 양사의 경영상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석유공사는 2004년 동해가스전 상업생산을 시작한 이후 가스공사와의 장기매매계약을 체결해 이곳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시중에 공급해 왔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산유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2019년 6월까지로 예정했던 이곳 생산을 2021년 6월로 2년 연장하면서 불거졌다.

쟁점은 공급가격이다. 쌓인 빚에 허덕이는 석유공사로선 조금이라도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안 그래도 많지 않던 하루 생산량이 더 줄어들어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탓이다. 가스공사 외 다른 민간기업에 판매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어차피 가스공사 수송관을 이용해야 하는데다 생산물량이나 품질도 민간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만한 수준에는 못 미치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국제 천연가스 시세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석유공사 입장에선 악재다.

반면 가스공사는 증시에 상장까지 한 한 시장형 공기업이 석유공사가 요구하는 가격을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두 회사 모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큰 걸림돌이다. 두 회사는 이명박 정부 때의 대규모 해외 자원개발 실패로 지금까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부채가 18조1358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441.3%에 이른다. 가스공사도 비슷한 처지다. 작년 6월말 기준 부채가 28조4402억원, 부채비율 319.5%다.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대륙붕 탐사 모습. 석유공사 제공
◇“국내생산 지원 우대 등 정책 지원방안 검토해야”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공기업 간 계약, 공급가격 책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산유국 지위를 유지하도록 해주고 있는 동해가스전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두 공기업 간의 협상을 중재하거나 국내에서 생산한 자원을 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해가스전은 우리나라가 1970년대부터 이어져 온 국내 자원개발 역사의 최대 성과다. 2004년 7월11일 동해-1 가스전 상업생산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95번째 산유국 반열에 올랐다. 이후 지난해까지 천연가스와 초경질유 약 495만t을 생산해 자원수입 대체 효과를 거뒀다. 석유공사 등은 이곳 개발에 약 2억달러를 투입해 지난해 말까지 약 22억달러(약 2조6000억원) 이상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무형적인 효과도 크다. 석유공사 등이 유전개발 관련 국제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동해가스전을 보유한 덕에 산유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산유국이 아니면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국제입찰이 적지 않다.

정부와 석유공사가 동해가스전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해-1 가스전은 2018년 말 생산이 중단됐으나 정부와 석유공사는 2016년 10월 동해-2 가스전을 개발해 2021년까지 생산을 이어갈 방침이다. 석유공사는 최근 새 동해 대륙붕 탐사 작업도 본격화했다.

자원업계에서는 정부가 MB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의 악몽을 털고 국내외 자원개발에 대한 지원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에너지업계 한 관계자는 “동해가스전은 현재 산유국 지위 유지를 위해 매우 작은 물량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 역시 동해가스전의 중요성을 고려해 이곳 유·무형 가치를 함께 반영한 제도적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의 동해 대륙붕 탐사 지도. 석유공사 제공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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