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유조차까지 동원해도 재고 바닥난 주유소, 석화 공장은 가동중단 위기

최민경 기자 2022. 12. 7.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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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6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서 군 차량이 주유저장고에 급유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인 5일 오후 2시 기준 재고소진 주유소는 모두 96곳(휘발유 80개소, 경유 8개소, 휘발유·경유 8개소)으로 집계됐다. 2022.1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13일째 이어지면서 석유화학, 정유, 철강업계 등 산업 전반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전국 100곳에 달하는 주유소의 재고가 동나고 철강재 출하가 막히면서 자동차업계 등 전방산업도 긴장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다음주까지 파업이 이어질 경우 가동 중단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본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날까지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자동차 등 5대 업종의 출하 차질 규모는 3조5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중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타격이 큰 건 주유소 재고 부족 문제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전국 품절 주유소는 85개소로 집계됐다. 휘발유가 품절된 곳은 68곳, 경유는 9곳, 휘발유·경우가 모두 품절된 곳도 8곳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27곳 △경기 21곳 △인천 1곳 △강원 10곳 △충남 9곳 △충북 7곳 △대전 8곳 △전남 1곳 △전북 1곳 등이다.

재고 소진 주유소는 지난달 29일 23개소에서 30일 33개소, 이달 1일 49개소, 2일 60개소, 4일 88개소, 5일 96개소로 꾸준히 증가했다. 휘발유와 경유 등 석유제품을 운반하는 유조차 대부분이 멈추거나 저속 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유조차는 대체할 수 있는 차량이 없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군용 유조차를 투입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파업이 지속될 경우 이번 주말부터 주유소 재고 소진 속도가 더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유소 저장 탱크는 통상적으로 2주치 재고를 보관할 수 있는데 오는 8일을 기점으로 화물연대 파업은 2주차를 넘어선다.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는 누적된 출하 차질로 공장 내외 적재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부 업체는 이르면 생산제품을 출하하지 못하게 되자 이번주부터 감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공장 가동이 중지되면 하루 평균 1238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장기화로 재고가 쌓여 곧 공장 가동이 중단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공장 가동이 중지될 경우 석유화학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 등 각종 주력산업과 플라스틱 등 연관산업도 연쇄 가동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차에 필요한 수소 충전, 식음료와 신선식품 배송에 필요한 액체탄산 등의 공급도 중지될 수 있다"며 "공장 가동 중단과 재가동에 최소 15일 이상이 소요되고 막대한 재가동 비용이 발생해 어려운 여건에 있는 석유화학산업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를 전했다.

(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6일 오전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관리공단 주요 도로에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차량이 주차돼 있다.2022.1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철강업계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전날까지 철강업계의 출하 차질 규모는 92만톤, 피해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6월 파업 피해액인 1조1500억원을 넘어선 액수다. 올해 두 번째 파업이라 선출하 물량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지만 한계가 보이는 상황이다. 출하 지연 철강재는 야적장과 보관창고에 적재하고 있는데 창고가 거의 차서 앞으로 도로에 철강재를 쌓으면서 버텨야 한다.

일각에선 철강재 생산량 조절까지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도 포항제철소 선재(코일 형태의 철강 제품) 1∼4공장, 냉연 2공장 가동을 중단했었다. 출고 지연이 길어지면 철강재를 쓰는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산업 전반까지 피해가 확산될 전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되면 다음주부터 광양제철소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며 "태풍 피해를 입은 포항제철소는 필수 설비 이송과 폐기물 운반 등 복구에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동차업계는 탁송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은 수출용 차량을 전남 목포 수출용 자동차 전용부두로 옮겨야 하는데 거리 때문에 주변 주차장이나 물류센터 등에 임시 운반하고 있다. 기존 확보했던 적치장이 포화 상태가 되자 광주 제1전투비행단 공간까지 사용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현대차도 임시직을 고용해 개별 운송 방식으로 차량을 13개 출고장으로 옮기고 있다.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을 제때 옮기지 않으면 공장 안에 차를 둘 공간이 없어 생산을 멈춰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업계에선 지난 6월 파업 당시처럼 사무직 직원들까지 동원해 차를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계는 공통적으로 정부에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공식 요구하며 물류 정상화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업무개시명령이 아니면 당장 다음주부터 가동 중단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정유, 철강, 석유화학 분야의 피해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이번주 중 선제적으로 업무개시명령 발동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시멘트업계는 운송사와 차주들의 운송 복귀가 늘어나면서 시멘트 출하량이 평시대비 88% 수준으로 회복됐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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