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원유전쟁 시작, 승자는 '이것'을 봐야 알 수 있다
사우디는83.6달러, 러시아는 43달러 수준
미 셰일회사 파산은 재정상태와 관련성 낮다.
트럼프-푸틴 에너지 가격 안정위해 대화 시작한다.
석유 수출국의 국가재정 체력을 알아야 원유전쟁 승자를 알 수 있다.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20달러 선에 턱걸이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6.6%(1.42달러) 미끄러진 20.09달러에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가 ‘수퍼사이클(대세상승)’출발점인 2002년 2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WTI는 이날 장중 19.27달러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심리적 저지선인 2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3월 들어서만 55%가 추락했다.
한때 국제유가 표준이었던 영국 런던의 브렌트유는 8.7% 떨어진 22.7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 또한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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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진짜 원유전쟁이 시작된다
이날 유가 하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에너지 소비 급감하고 있는 와중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맺은 ‘신성동맹(감산합의)’이 4월 1일 끝나기 때문이었다.
미국-러시아 사이에 별다른 타협이 없다면, 4월1일부터는 글로벌 원유시장은 자유방임체제로 전환된다. 원유를 원하는 만큼 뽑아내 자유롭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미 석유컨설팅회사인 래피던그룹 로버트 맥널리 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말한 ‘진짜 원유전쟁’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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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럴당 10달러 가격표를 볼 수도 있다”
미 경제전문 매체인 CNBC는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등) 변화가 없으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원유재고가 올 2분기(4~6월)에 최고치에 이를 수 있다”며 “배럴당 10달러 선을 오르내리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전했다.
산유국들은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고 있다. 래피던그룹의맥널리는 “산유국의 고통은 배럴당 생산원가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각국 국가재정 상태를 반영한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을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원유 수출국 재정은 원유 생산과 판매에 달려 있다. 일반 제조업 등이 원유의 저주 탓에 성장하지 못했다. 재정상태 기준 손익분기점은 해마다 조금씩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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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43달러 웃돌아야 재정위기 피할 수 있다
2020년 손익분기점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계산해 발표했다. 이란이 배럴당 194달러는 돼야 올해 재정균형에 이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83.6달러다. 사우디가 왕정을 유지하기 위해 퍼주기 수준의 복지를 하고 있다. 걸프지역맹주노릇하기 위해 이런저런 전쟁이나 갈등에 개입하고 있다. 또 바레인 등을 후원하고 있다.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배럴당 43달러 수준이면 올해 재정에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지금처럼 20달러 선을 상당 기간 유지하면 러시아도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 재정은 원유가격과 직접 연결돼 있지는 않다. 미 셰일회사들이 발행한 정크본드가 부실화하면, 금융회사가 타격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연방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편성한 금융지원 등으로 셰일회사 수명은 연장될 수 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나설 태세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와 푸틴이 27일 전화통화를 해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장관급 대화채널을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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