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진짜 원유전쟁 시작, 승자는 '이것'을 봐야 알 수 있다

강남규 2020. 3. 3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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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가 산출한 국가재정 기준 손익분기점이 승패 가른다.
사우디는83.6달러, 러시아는 43달러 수준
미 셰일회사 파산은 재정상태와 관련성 낮다.
트럼프-푸틴 에너지 가격 안정위해 대화 시작한다.

석유 수출국의 국가재정 체력을 알아야 원유전쟁 승자를 알 수 있다.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20달러 선에 턱걸이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6.6%(1.42달러) 미끄러진 20.09달러에 장을 마쳤다.

블라드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대화하기로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국제유가가 ‘수퍼사이클(대세상승)’출발점인 2002년 2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WTI는 이날 장중 19.27달러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심리적 저지선인 2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3월 들어서만 55%가 추락했다.

한때 국제유가 표준이었던 영국 런던의 브렌트유는 8.7% 떨어진 22.76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 또한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내일부터 진짜 원유전쟁이 시작된다
이날 유가 하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에너지 소비 급감하고 있는 와중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이 맺은 ‘신성동맹(감산합의)’이 4월 1일 끝나기 때문이었다.

미국-러시아 사이에 별다른 타협이 없다면, 4월1일부터는 글로벌 원유시장은 자유방임체제로 전환된다. 원유를 원하는 만큼 뽑아내 자유롭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미 석유컨설팅회사인 래피던그룹 로버트 맥널리 대표가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말한 ‘진짜 원유전쟁’의 시작이다.


“배럴당 10달러 가격표를 볼 수도 있다”
미 경제전문 매체인 CNBC는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등) 변화가 없으면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원유재고가 올 2분기(4~6월)에 최고치에 이를 수 있다”며 “배럴당 10달러 선을 오르내리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전했다.

산유국들은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고 있다. 래피던그룹의맥널리는 “산유국의 고통은 배럴당 생산원가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각국 국가재정 상태를 반영한 손익분기점(break-even point)을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요 원유 수출국 재정은 원유 생산과 판매에 달려 있다. 일반 제조업 등이 원유의 저주 탓에 성장하지 못했다. 재정상태 기준 손익분기점은 해마다 조금씩 다르다.


러시아, 43달러 웃돌아야 재정위기 피할 수 있다
2020년 손익분기점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계산해 발표했다. 이란이 배럴당 194달러는 돼야 올해 재정균형에 이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83.6달러다. 사우디가 왕정을 유지하기 위해 퍼주기 수준의 복지를 하고 있다. 걸프지역맹주노릇하기 위해 이런저런 전쟁이나 갈등에 개입하고 있다. 또 바레인 등을 후원하고 있다.

주요산유국재정균형을위한원유가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배럴당 43달러 수준이면 올해 재정에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지금처럼 20달러 선을 상당 기간 유지하면 러시아도 고통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 재정은 원유가격과 직접 연결돼 있지는 않다. 미 셰일회사들이 발행한 정크본드가 부실화하면, 금융회사가 타격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연방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편성한 금융지원 등으로 셰일회사 수명은 연장될 수 있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나설 태세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와 푸틴이 27일 전화통화를 해 에너지 가격 안정을 위해 장관급 대화채널을 열기로 했다”고 전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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