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계 복병된 이란 제재..美 국무부 "예외 연장 계획 없다"

이유정 2019. 3. 26.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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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의 '대북제재 위반 의심 명단'에 올랐던 한국이 이번엔 대(對)이란 제재 예외조치 연장을 놓고 미국 정부와 협상을 하게 됐다. 외교부는 오는 5월 3일로 만료되는 이란산 원유 수입제한 예외조치를 연장하기 위한 정부 협상단을 26일 워싱턴으로 파견했다고 밝혔다.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을 수석대표로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등 대규모 협상단이 꾸려졌다. 27일 브라이언 훅 대이란 정책특별대표를 면담하는 등 전방위 외교를 펼칠 예정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출국 직전 본지 통화에서 “아직 방향이 정해진 것이 없다”며 “한국 등 예외조치를 인정받은 8개국이 개별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 이란 제재 주요내용. [연합뉴스]
미국은 지난해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 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중국·인도에 이어 3위 원유 수출국인 한국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11월 5일자로 미 국무부의 '이란 제재 예외 국가'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여왔다. 이때 적용된 한시적 예외 기간이 180일로 오는 5월 3일 만료된다.
미 국무부는 표면상 재협상 원칙을 고수해왔다. 앞서 2월 훅 대표가 NHK 등 외신 인터뷰를 통해 “이란 제재 예외 조치를 연장할 계획은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5월 만료 시점을 앞두고 8개 예외국에 대한 수입 물량을 대폭 감축시키기 위한 압박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훅 대표는 이달 13일(현지시간) 휴스턴 현지 연설에서 “한국 등 이란 원유 수입이 일시적으로 허용된 나라들에 대해 현재 수입 물량에서 20%를 감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과 프랜시스 패넌 미국 국무부 에너지 차관보가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협상에선 "한국은 최대 수혜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의 양보를 얻어냈다. 한국은 중국과 이란산 원유를 원료로 하는 초경질유(컨센테이트)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외교부 등은 “주요 동맹국인 한국을 희생해 중국 등 경쟁국이 이익을 보게 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미 정부 관계자도 "한국 측에 최대한의 유연성(maximum flexibility)’를 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연장 협상을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ㆍ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 측 불만이 노골화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미 재무부가 21일(현지시간) 한국 선박 루니스를 대북제재 위반 의심 선박으로 분류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물량 감축 등에 있어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만약 5월 제재 연장 조치에서 한국이 빠진다면 그 자체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대북제재 위반 경고에 더해 미 정부가 한국에 불만을 표출하는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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