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 중 전기차에서 연기 솔솔…“배터리 과충전 막아야”

민소영 2023. 11.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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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새벽 3시 45분쯤 제주시 한림읍 한 주택가에서 소방대원들이 ‘이동식 수조’를 설치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 전기차는 전날 오후 5시쯤부터 충전기를 꽂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밤사이 제주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 불이 나, 소방당국이 출동해 특수 장비로 화재를 진압했습니다. 소방당국 등은 '배터리 문제'로 추정하고, 관계기관·제조사 등과 함께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어제(14일) 새벽 3시 45분쯤 제주시 한림읍의 한 단독주택 인근에 주차된 구형 아이오닉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119상황실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근처를 지나던 주민이 전기차에서 연기가 나는 것을 발견해, 119로 신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14일 새벽 3시 45분쯤 제주시 한림읍 한 도로에서 배터리에 불이 난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해 소방대원들이 ‘이동식 수조’를 설치하고 있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일반적인 차량 화재가 호스를 이용해 물을 분사하면 진압이 되는 것과 달리 전기차는 차체가 모두 불에 타도 배터리 연소는 계속됩니다. 불을 완전히 끄는 데 수 시간이 걸리는 이유입니다.

■ 이동식 수조 이용해 약 3시간 30분 만에 진화…"전날 낮부터 밤새 충전"

이날도 일반적인 화재 진압 방식으로 진화가 되지 않자, 소방대원들은 '이동식 수조'를 이용해 약 3시간 30분 만인 이날 오전 7시 15분쯤, 전기차에 붙은 불을 완전히 껐습니다.

이동식 수조는 불이 난 전기차 차체 주변에 조립식 블록을 둘러싸 물을 채워 넣는 장비입니다. 전기차 화재의 주요 발화 원인인 '배터리'가 차량 하부에 깔려 있어, 이를 물에 잠기게 해 불을 끄는 방식입니다. 다만, 좁은 주택가나 물이 빠지는 곳에선 사용이 어렵고, 평평한 지형이 아니면 물이 샐 수 있는 등 한계도 있습니다.

14일 새벽 3시 45분쯤 제주시 한림읍 한 주택가에서 소방대원들이 ‘이동식 수조’를 설치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 전기차는 전날 오후 5시쯤부터 충전기를 꽂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이 불로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배터리 팩이 모두 타 소방서 추산 2,42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습니다. 사고 차량 소유자는 전날 오후 5시쯤부터 전기차 충전기를 연결해 충전을 시작했고, 이날 밤 10시쯤 '충전 완료' 알림을 받은 것으로 소방당국 등은 파악했습니다.

경찰과 소방은 충전 중이던 전기차 배터리 팩 내부에만 한정적으로 불이 난 점 등으로 미뤄 배터리 내부 발열로 화인을 추정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비롯해 차량 제조사 등과 함께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입니다.

■ 전문가 "배터리 문제 추정…제조사·부품사 책임 소재 가리기 어려울 수도"

이 같은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는 전기차 배터리 과충전 문제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화재 원인을 두 가지로 추정했습니다.

14일 새벽 3시 45분쯤 제주시 한림읍 한 주택가에서 소방대원들이 ‘이동식 수조’를 설치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 전기차는 전날 오후 5시쯤부터 충전기를 꽂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겸 ㈔한국전기자동차협회 회장은 KBS와의 통화에서 "충전이 끝난 뒤,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배터리 셀 결함으로 '과충전 상태'를 이기지 못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배터리를 관리하는 시스템, 즉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생겨 과충전이 이뤄지게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전자는 배터리 제작사, 후자는 차량 제조사 책임이기 때문에, 향후 밝혀질 사고 경위에 따라 책임 소재가 완전히 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기차 화재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검증해 책임을 가리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배터리에서 1천℃ 넘게 온도가 치솟는 등 발화 온도가 워낙 높은 데다 차체가 완전히 불타버리는 경우도 많아,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서귀포시 토평동 한 주택가에 주차된 전기차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는 것을 소방대원들이 진압하고 있다. 이 불은 4시간 만에야 꺼졌고, 진화 과정에서 소방대원 한 명이 다쳤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 "더욱 길어진 주행거리" 마케팅에…배터리 '안전 마진' 겨우 2~3%만

김 교수는 "앞서 10만 대 이상 대규모 리콜 사례가 있었던 전기차 '코나' 역시 비슷한 사례"라면서 "당시 배터리 제작사와 차량 제조사가 6:4 비율로 비용을 분담해 배터리를 전량 교체했다. 해당 차량의 화재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브랜드 이미지 등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서라도 이 같이 조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기차 전문가들은 배터리의 경우 강한 충격 또는 과충전 상태가 되면 불이 나거나 폭발할 위험성이 있어, 평소 배터리의 90% 정도까지만 충전하는 등,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김필수 교수는 "최근 전기차 제조사에서 내놓는 차량의 경우, 충전 시 배터리 용량의 최대 97~98%까지 충전이 이뤄지게끔 하고 있다. 이른바 '안전 마진'이 겨우 2~3%뿐"이라며 "마케팅을 위해 '더 길어진 주행거리'를 내세우려고 하는 것인데, 이는 오히려 차량 안전을 위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4일 새벽 3시 45분쯤 제주시 한림읍 한 주택가에서 소방대원들이 ‘이동식 수조’를 설치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이 전기차는 전날 오후 5시쯤부터 충전기를 꽂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 "공동주택 지하에 충전 시설 늘어…충전 용량 제한 조치 필요"

특히 최근에는 아파트 등 다가구가 사는 공간 지하에 전기차 충전 시설이 들어서면서, 화재 진압이 어려운 전기차 특성상 만일의 화재 발생에 대한 소방 당국의 우려가 특히 큰 상황입니다.

김 교수는 "전기차와 차량 충전기가 서로 통신을 주고받으며, 배터리 용량의 일정 정도까지만 충전을 할 수 있도록 한 뒤, 전류 공급을 자동으로 끊어버리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현재 밤사이 주차 시에 사용되는 심야용 완속 충전기의 경우 이 같은 '통신 모듈'이 없어, 충전된 용량을 확인하고 자동 조치하는 기능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환경부가 내년 충전기 보조금을 지급할 때, 완속 충전기에 '통신 모듈'이 있으면 보조금을 더 주는 방안 등을 전기차 전문가들이 제안했다. 이 같은 안전성을 확보해야만, 전기차 보급과 이용도 한층 안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전기차, 강한 충격·과잉 충전 시 화재 위험…배터리 과충전 말아야"

한편 전문가들은 배터리 '안전 마진' 없이 충전을 허용케하고 있는 전기차 제조사들에 과충전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편, 운전자들에게도 되도록 충전을 최대 용량의 90% 아래로 하는 등, 배터리에 무리가 가는 운전을 삼가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박용성 ㈔한국ESS산업진흥회 고문은 "가능하면 배터리는 40~80% 사이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전기차 충전기도 급속 충전기보다는 완속 충전기로 충전하고 운행 시에도 과속, 급감속하지 않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도 "전기차 충전을 너무 과하게 하지 말고, 특히 지하 주차장에서 충전할 때는 90% 아래로 충전해 '안전 마진'을 두는 것이 전기차 화재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이런 원인으로 생기는 화재는 얼마든지 증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8월 서귀포시 토평동의 한 주택가에 주차된 전기차에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이 불은 4시간 만에야 꺼졌고, 진화 과정에서 소방대원 한 명이 다쳤다.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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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영 기자 (missionali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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