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이은 금리 상승으로 중고차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최근 서울 동대문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주차된 매물들을 상인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경기 침체에 이은 금리 상승으로 중고차 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최근 서울 동대문구 장안평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주차된 매물들을 상인이 바라보고 있다. [사진=안경선 기자]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올해 대기업의 중고차 사업 진출이 대거 예정됐으나 주춤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롯데렌탈 등은 올해부터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자신있게 밝혔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별다른 움직임 없이 관망세로 돌아선 모습이다.


◇치솟는 금리에 대기업도 ‘주춤’

중고차 시장 진출만을 기다리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시장 개방이 결정남에도, 상반기 시범 사업을 돌연 연기했다. 현대차 측은 “부족한 점을 재정비해 올 하반기 본격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주변 시각은 다르다. 자동차 업계에선 “경기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인해 중고차 시장 상황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사업 자체를 미뤘다”고 보고 있다.

롯데렌탈은 지난해 3월 중순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안산에 위치한 자동차경매장 롯데오토옥션을 활용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이었다. 롯데렌탈은 이번 계획으로 오는 2025년까지 중고차 전체 시장 점유율 10% 가져가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그러나 빠르면 지난해 12월에도 개시가 가능할 거라던 당 초 계획과는 달리 해를 넘긴 현시점에도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지난해 11월부터 중고차 단체와 ‘자율조정’에 들어갔다.

현대차그룹처럼 사업조정심의회(사업조정)를 거쳐 진출 결정을 하기 전의 과정으로, 양 측이 자유롭게 협의를 진행하는 ‘자율조정’에서 합의안이 나오면 ‘사업조정’ 절차는 생략할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결과가 아직 도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고차 시장 진출은 더 미뤄질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인증중고차 시장 진출에 긍정적이던 SK렌터카도 현재로선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SK렌터카 관계자는 “지난해 3월 중고차 시장 개방이 확실해지면서, 사업 분야를 중고차 시장 쪽으로 넓히기로 했으나 검토단계였다”며 “아직은 유관업계와 완성차 제조사 등을 살피며 시장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 기존 업계 “자포자기의 심정”

대기업 진출이 늦어지는 가운데 기존 중고차 업계도 악화일로를 걷는다. 경기침체와 더불어 할부 금리가 치솟으면서 거래량이 뚝뚝 떨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이 조금씩 풀리면서 신차대란 해소에 따라 중고차 수요가 감소하는 것도 원인이 됐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고차 캐피탈사 할부 금리는 연 14%까지 오른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고차 거래량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34만1000대를 기록하던 중고차 거래량은 12월 28만5976대로 10개월 새 16% 감소했다. 전월(30만9865대)에 비해서도 7.7% 줄어들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존 업체들은 자포자기의 심정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기업 진출이 몇 개월 늦어진다는 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평년이라면 신년 1~2월은 중고차 시장에선 성수기로 보고 있으나, 별다른 특수를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진출이 이미 기정사실화된 현재, 경기침체까지 겹쳐 중고차 시장이 많이 어렵다”며 “신년이 되면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한 잠재 수요 고객이 신년에 찾아와 줘 버티고는 있으나 매우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사업성 생각하면 하반기까지는 관망해야”

한편 중소기업벤처부는 지난해 3월 심의위원회를 열고 중고차 판매업종에 대한 생계형 적합업 미지정 결정을 내렸다. 심의위는 중고자동차판매업을 하는 소상공인 비중이 낮고 지정요건 중 규모의 영세성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6개월 내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중고차 시장 개방을 준비해 왔다.

현대차는 지난 7일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중고차 사업계획을 구체적으로 공개했으며, 기아 역시 지난 1월 전북 정읍에 사업자 등록을 신청하고 사업 방향을 잡아왔다. 한국 GM, 쌍용 등 완성차 3개 사 역시 중고차 시장 참여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중고차 가격이 하락세다. 미국도 이미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며 “신차 공급 물량까지 풀리면서 당분간은 중고차 시장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당분간은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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