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1대 만드는데..한국 27시간 vs 인도 17시간

이종혁 입력 2019. 11. 28. 18:06 수정 2019. 11. 28.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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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이 본 '메이드인 코리아' 현실
국내 공장서 1대 생산할때
印 첸나이 1.5대 만드는셈
인도, 韓임금의 10분의 1 수준
3교대에 파견·대체근로 허용
국내선 귀족노조에 발목
생산량까지 허락 받아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차를 1대 만들 동안 인도 첸나이공장은 1.5대 만들 정도로 생산성 격차가 크다는 사실이 자동차 산업계 고위 인사의 눈으로 직접 목격됐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높은 정규직 인건비와 경직된 노사관계가 그렇지 않아도 침체한 업계의 생산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사실이 인도 공장과의 비교를 통해 새삼 드러났다. 국내 대형 자동차 기업 관계자는 "인도는 물론 일본·독일 같은 선진국보다도 뒤떨어진 노동정책이 기업의 발목을 잡고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자동차산업연합회(OICA) 총회 참석차 인도를 방문한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은 28일(현지시간) 열리는 총회에 앞서 첸나이에 있는 현대차 1·2공장을 찾아 현지 임직원과 만났다. 현대차 첸나이 1·2공장은 현재 연산 60만대인 생산능력을 내년에는 75만대로 증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마루키스즈키에 이어 인도 완성차 시장 2위를 지키고 있으며 지난 9월에는 안드라프라데시주 아난타푸르에 지은 30만대 규모 기아자동차 공장도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KAMA에 따르면 정 회장과 만난 현대차 인도법인 임직원들은 울산에 비해 첸나이공장 생산성이 1.5배 정도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이는 양국 공장의 노동유연성 차이에 기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울산공장에서 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은 26.8시간인데 첸나이공장은 17시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울산에서 차를 한 대 만들 동안 첸나이에선 1.57대를 생산하는 수준이다.

이날 간담회에선 한국 공장의 과도한 인건비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현대차 첸나이공장 근로자의 평균 연봉은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난해 현대차 국내 직원의 연봉은 9200만원이었다. 정 회장은 "현지에서 면담한 현대차 인도법인 임직원들은 높은 노동생산성과 생산 유연성에다가 경쟁력 있는 임금으로 종합적인 경쟁력이 높아 첸나이공장이 높은 성장세를 시현해가고 있다고 전해왔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인도 공장을 둘러본 정 회장은 현지의 유연한 근로 상황을 한국의 경직된 근로조건과 대조하며 전반적인 노동정책의 혁신을 강조했다. 3교대 근로제를 채택한 첸나이공장은 생산직 파견근로가 가능할뿐더러 파업이 벌어지면 임시 대체근로자를 투입하는 일도 가능하다. 또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생산 차량을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고, 바꿀 수도 있다.

반면 한국 생산현장은 정반대다. 파견근로는 금지되고 파업 중 대체근로도 불가능하다. 인도에서는 노사 간 임금 단체교섭을 3년마다 한 번 실시하지만 한국은 매년 임금 교섭을 벌이고 2년마다 단체협약 교섭도 진행한다. 그만큼 임금 상승 압력이 강하고 노사 분규도 많다.

차종별 유연생산도 인도와 비교하면 매우 어렵다. 원칙상으론 노조 합의를 거치지 않고도 가능하지만 증·감산에 따라 달라지는 근로조건에 대해선 노조와 협의해야 해 실질적으로 노조의 허락이 필요한 구조다. 현대차는 올해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가 폭발적 인기를 끌자 기존 울산4공장뿐 아니라 2공장에서도 물량을 대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특근비 감소를 우려한 4공장 노조원들의 반발로 시일을 질질 끌다 7월에야 증산 합의를 봤다. 정 회장은 "한국은 파견근로 금지, 엄격한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제한, 차종별 유연생산 어려움 등 생산 경직성에다 최근에는 최저임금 급속 인상으로 생산비용이 증가하는 와중에 노사 갈등이 지속돼 경쟁력 약화와 일자리 위축이 우려된다"면서 "일자리 확대를 위한 생산유연성 확보, 임금과 노사관계 안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직된 근로 환경의 유연화를 위한 정책 혁신이 시급하지만 정부의 미온적 반응과 노동계 반발로 미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는 해고자 노조 가입 허용, 자유로운 노조활동 보장과 노조활동에 따른 불이익 차단 등을 규정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의 대가로 방어권을 요구했지만 비준안이 지난 9월 국회로 넘어갈 때까지 관철하지 못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같은 재계 단체는 구체적으로 파업 중 대체근로 허용, 사업장 내 점거·집회·시위 같은 쟁의행위 전면 금지, 파업찬반 투표 유효기간 설정 뒤 6개월 이내 재투표 제한을 방어장치로 요구하고 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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